MUNDOMELTDOWN 있는 지식이라고는 모두 훔친 것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단편집 발췌

 

울면 안 되는 것일까.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나오는데, 이를 어쩌지. 용서하세요.

노쇠해가는 몸뚱어리를 끌어안은 채 끝없는 꿈을 좇아 황량한 바닷가를 헤매는 백발의 우라시마 타로(浦島太郎)20 같은 방랑자는 아직도 이 세상에 적지 않다.

외면여보살(外面如菩薩) 내심여야차(內心如夜叉)2

 


직소


이 말을 듣고 왠지 소리 내어 울고 싶어져서, “아니올시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이 몰라주시더라도,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몰라준다 해도 오로지 당신 혼자만이라도 알아주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얼마나 깊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신을 따라다니면서 행여나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그런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하지만 나만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라다닌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얻음이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만약 당신이 이 세상을 하직하신다면 나도 곧 따라 죽을 것입니다.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게는 언제나 혼자서 남몰래 골몰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그 어쭙잖은 모든 제자들로부터 떠나,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의 가르침을 설교하는 일도 그만두고 평범한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어머니 마리아님과 나와만 조용한 삶을 오래도록 영위해나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내가 살던 마을에는 아직껏 작은 집 한 채가 남아 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계십니다. 제법 넓은 복숭아 과수원도 있습니다. 봄, 지금쯤이면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대단한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평생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습지요. 내가 항상 곁에서 당신을 가까이 모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소곳한 마님도 만날 수 있을 것이고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베드로나 시몬은 어부가 아니더냐. 그러니 아름다운 복숭아나 섬이란 있을 수 없지. 야고보도 요한도 가난뱅이 어부이므로 이들 모두에게는 평생을 편안히 지낼 만한 그런 땅이 그 어디에도 있을 까닭이 없는 것이지······.”라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읊조리듯 하다가 다시 바닷가를 조용히 걸으셨지요.

 

내가 이런 자상한 얘기를 그이와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그 후에는 전혀 그런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그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이가 이 세상을 하직한다면 나도 뒤따라 죽을 것입니다. 그이는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것입니다. 그이를 남에게 넘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온다면, 넘기기 전에 그자를 죽여버리고 말 것입니다. 부모님을 버리고 정든 고향마저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고 나는 오늘날까지 그이를 따라다녔습니다.

 

나는 천국을 믿지 않습니다. 하느님도 믿지 않습니다. 그이의 부활도 믿지는 않습니다.

 

왜 그이가 이스라엘의 왕이란 말입니까? 바보 같은 제자들은 그이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굳게 믿고, 하늘나라의 복음인지 뭔지를 그이로부터 전수받았다면서 한심스럽게도 흔희작약(欣喜雀躍)하듯 날뛰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크게 실망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짐짓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높이는 자는 비겁하며 스스로를 낮추면 곧 절로 높아진다고 그이는 약속한 바 있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렇게 녹록한 것인가요? 그는 거짓말쟁이지요.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엉터리지요. 나는 전혀 믿을 수 없습니다. 아니,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이의 아름다움만은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는 전혀 없습니다. 나는 그이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나는 아무런 보수도 보상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이 뒤를 늘 따라다니며 이윽고 천국으로 가까이 갈 때, 그때에는 어엿한 좌의정, 우의정이 된다며 내심으로 기대하는 그런 못난 자들의 근성을 나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다만 그이로부터 떨어져서 살고 싶지 않을 따름입니다. 오로지 그이 곁에 있으면서 그이 목소리를 듣고, 그이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그리하여 가능하다면 그이가 설교하는 일을 그만두고 나와 단둘이 평생토록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소원뿐입니다.

 

아아,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나는 이 세상의 기쁨만을 믿고 있습니다. 저 세상에서의 심판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이 같은 내 무보수의 순수한 애정을 그이는 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요.  


나는 이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확실하게 그이를 단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렇게나 제멋대로인 어린이를 이제까지 외곬으로 사랑해온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조하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차피 곧 죽는 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끌려가게 하느니 내 손으로 해야겠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쏟아온 한 가닥 애정에 대한 나의 마지막 인사이며, 나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내가 그 사람을 팔아주어야겠습니다. 괴로운 입장입니다. 누구 하나라도 나의 이 일편단심 지극한 사랑의 행위를 바르게 이해해줄까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곧 다시 이런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나의 애정은 순수한 것입니다. 남에게 이해받기를 바라는 그런 애정이 아닙니다. 그런 하잘것없는 사랑이 결코 아닙니다. 나는 영원히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 앞에서는 어떠한 형벌도, 어떠한 지옥의 불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나대로의 삶의 방식을 관철하려고 합니다. 몸부림칠 만큼 굳게 결의했습니다

틀렸습니다. 나는 어차피 틀린 것입니다. 그이에게 마음속으로부터 혐오를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사람을 팔자, 팔아야 한다. 죽여버려야 한다. 그러고는, 나도 함께 따라 죽는다. 종전의 결의를 재확인함으로써 철저히 복수의 귀신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나이가 같습니다. 동갑내기의 뛰어난 청년입니다. 아, 새들의 떠드는 소리가 귀찮습니다. 귀에 쟁쟁거려 짜증이 납니다. 왜 이렇게 새들이 떠들고 있는 것인지요. 짹짹거리며 도대체 무엇을 떠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 돈을 내게 주시는 것입니까? 그래, 내게 은화 30냥을요? 하하······. 싫습니다. 사양합니다. 나는 돈이 필요해서 고발한 게 아닙니다. 잠자코 있으라니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그럼 받기는 하겠습니다. 그렇지요. 나는 장사꾼이니까요. 나는 늘 돈 때문에 우아한 그 사람으로부터 경멸을 받았으니까요. 그러니 받지요. 나는 어쩔 수 없는 장사꾼이지요. 혐오스럽다고 여겨온 금전으로 그 사람에게 보란 듯이 복수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알맞은 복수 수단이지요.

나는 조금도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그 사람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추호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네, 어르신, 나는 거짓말만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돈이 필요해서 그 사람 꽁무니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렇지요, 틀림없습니다. 그 사람이 조금도 내게 벌이를 하게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장사꾼으로서 잽싸게 마음을 바꾼 것입니다. 나는 인색한 장사꾼입니다. 욕심꾸러기이기도 하고요. 네, 고맙습니다. 네, 네, 하고 감사드리지요. 나의 이름은 장사꾼 유다. 헤헤, 이스카리오테의 가룟 유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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