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적는 일기다. 내가 고등학교 때 구매했던 일기장도 4년 5년 지나 고작 4장 채워져 있는데 여기라 뭐 다를 게 있겠나 싶다. 오늘의 일과는 이러했다. 10시 40분 가량 기상하고 몸을 움직인 것은 11시가 지나서다. 3시 즈음 까지 뭘 하다 웹서핑을 했고, 식사는 홈런볼과 홍시 두 개. 최근 들어 제대로 식사한 적이 없다. 어제는 컵라면 하나에 딸기 도넛을 먹었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할 만한 시간이 없으며 그 가치에 의문을 느낀다. 행복치 않은 상황에 식도와 위로 음식을 집어 넣는다 하여 내 기분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비참한 기분은 여전히 비참하되 곱창 내용물 하나만 고급지게 된 것이다.
적고 보니 부러 이유를 붙일 만한 일은 아니었네… 글을 쓸 때도 이런 저런 변명 거리를 끌고 오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자기 변호가 하고 싶은가 보다. 하여간 도넛을 먹고, 다툼할 힘이 없어 꾸지람 조금 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곧 출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우울했다. 압도적으로! 누워 있는데 눈물이 줄줄 흐르기에 그렇게 흘려 보내다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가서는 암담했다. 변기 커버에 앉아서 세수를 하지도 양치질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15분 가량을 가만히 있었다. 참 인스턴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분 만에 갈무리 할 수 있는 사람과 감정이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화장을 하러 방에 돌아갔는데 그냥 거울 밑 구석에 웅크려 누워 있었다. 출근 20분 남은 시점에 다시 원상복귀. 누워서 생각을 하는데 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그냥 두고 고양이는 내게 간식을 달라 하고… 더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어서 그러면 안 돼서 일어났고 화장하고 출근했다.
사람을 만나니 좋았다. 주방 남자와 오늘은 기어코 다툼을 했는데 내내 육두문자 내뱉으며 욕하는 생각을 하다 퇴근 전 사장님이 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안 좋았다.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어렵더라 나도 아직 모르겠어 하시는데, 그렇게 주변인 많고 성격 좋은 사람이 이런 말 하니 기묘했다. 이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월요일에는 병원에 갈 것이다.
일기
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