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폴 레오토에게
그리고 나는 이 연가를 불렀다
1903년에 저 아름다운
불새와도 같이 내 사랑이
어느 날 저녁에 죽는다 해도
아침에 그 재생을 맞는 줄은 모르고
어스름 안개 낀 어느 날 저녁 런던에서
내 사랑을 닮은 불량소년 하나
나를 마주 보고 걸어왔다
그리고 흘낏 쳐다보는 그 시선이
나는 부끄러워 눈길을 떨구었다 5
두 손을 호주머니에 지르고 휘파람 부는
그 못된 소년을 나는 따라갔다
홍해의 열린 바다
집들을 헤치고
그는 헤브라이족 나는 파라오 10
저 벽돌의 파도는 무너지리라
그대가 정녕 사랑받지 않았을진대
나는 이집트의 왕
그의 누이-아내 그의 군대
그대가 나의 유일한 사랑이 아닐진대 15
핏빛 안개의 상처
건물의 정면 그 모든 불빛들이
타오르는 거리 모퉁이
벽이 통곡하던 그곳에
그 비정한 눈초리 20
드러낸 목에 상처자국이
그를 닮은 여자 하나
취하여 술집에서 나왔다
사랑 그것의 허위를
내 알아차린 그 순간 25
저 현명한 율리시스가
마침내 제 나라에 돌아왔을 때
늙은 개가 그를 기억했지
수직 베틀에 융단 한 장 걸어 놓고
아내는 그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지 30
샤쿤탈라의 임금 남편은
원정에 지친 몸이었건만
파리한 두 눈에 사랑과 기다림으로
얼굴 더욱 희어져 가젤 한 마리 쓰다듬는
그녀를 다시 만나 기뻐했지 35
나는 저 행복한 왕들을 생각했다
거짓 사랑과 내 아직도
사랑하는 그 여자가
부정한 저희 그림자 서로 부딪쳐
나를 이다지도 불행하게 했을 때 40
미련이여 네 위에 지옥이 서는구나
내 빌거니 망각의 하늘이여 열리어라
그녀의 입맞춤을 얻으려 세상의 왕들은
죽기라도 했으리 조명 난 가난뱅이들은
그녀를 위해 제 그림자라도 팔았으리 45
나는 지난 세월 속에서 겨우살이를 했다
부활절의 태양이여 돌아오라
세바스트의 40인보다
더 얼어붙은 내 가슴을 덥혀 다오
그 순교의 고통도 내 삶보다는 나았으리 50
내 아름다운 선박 오 내 기억아
마시지도 못할 물결 속을
우리는 이만하면 다 떠돌았느냐
아름다운 새벽부터 슬픈 저녁까지
우리는 이만하면 다 헤매었느냐 55
잘 가거라 멀어져 가는 여자와
지난해 독일에서
내 잃어버리고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녀와
한데 얼린 거짓 사랑아 60
은하수 길이여 가나안의 하얀 시내와
연애하는 여자들의 하얀 육체의
오 빛나는 누이여
헤엄치다 기진한 우리는 헐떡이며
다른 성운으로 네 물줄기를 따라갈 것이냐 65
지나간 어느 해가 생각난다
그해 사월 어느 새벽
사랑스런 내 기쁨을 노래했지
일 년 중에도 사랑의 계절에
씩씩한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했지 70
어느 해 사순절에 부른 새벽찬가
봄이다 오너라 파케트야
아름다운 숲에서 노닐어라
암탉들이 마당에서 꼬꼬댁거리고
새벽이 하늘에 장밋빛 주름을 지으니
사랑이 너를 정복하려 진격한다 75
마르스와 비너스가 다시 돌아와
입술이 얼얼하게 입맞춤을 하는구나
팔랑이며 떨어지는 장미꽃 아래
장밋빛 아름다운 신들 발가벗고 춤을 추는
저 소박한 풍경 앞에서 80
오너라 내 사랑은 피어나는
꽃 시절의 섭정이란다
자연은 아름답고 가슴 울려
판 신은 숲에서 피리 불고
젖은 개구리들이 노래하는구나 85
이들 가운데 여러 신이 죽었다
그들을 애도하여 버들이 운다
위대한 판 사랑 예수 그리스도가
죽었으니 고양이는 마당에서
야옹거리고 나는 파리에서 운다 90
여왕들에게 바칠 연애담시를
내 세월의 한탄가를
곰치에게 던져진 노예들의 찬가를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연가를
세이레네스들을 위한 노래를 아는 나 95
사랑은 죽었다 그래서 나는 떤다
나는 아름다운 우상들을
사랑 닮은 추억들을 숭배한다
마우솔로스의 아내처럼
나는 언제까지나 충직하고 애달프다 100
나는 충직하다 주인을 따르는
개처럼 그루터기를 감는 송악처럼
주정쟁이에 신앙심 깊은 도둑
코사크 자포로그족이
초원과 십계명을 지키듯 105
점성술사들이 살피는
반월을 멍에 삼아 들쳐 메어라
짐은 전능한 술탄
오 나의 코사크 자포로그들아
너희들의 빛나는 왕이시니 110
짐의 충성스런 신하가 되어라
그들에게 술탄은 써 보냈다
이 소식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한 자루 초에 불을 밝히고
지체 없이 답장을 썼다 115
콘스탄티노플의 술탄에게 보내는
코사크 자포로그들의 답장
바라바보다 더 죄 많은
악마의 사자처럼 뿔이 돋은
그 무슨 벨제붑의 꼬락서니냐
오물과 진창을 먹고 큰 놈아
우리는 네 야연에 가지 않으리라 120
테살로니카의 썩은 물고기
꼬챙이질에 뽑혀 나와
끔찍한 잠에 빠진 눈깔의 긴 목걸이
네 어미 설사 방귀를 뀌었더니
그 설사 똥에서 네놈이 태어났다지 125
포돌리의 망나니 부스럼의
종창의 고름딱지의 애인
암퇘지 주둥아리 암말 궁둥이
네 재산 고이 지켰다가
약값으로나 쓰거라 130
은하수 길이여 가나안의 하얀 시내와
연애하는 여자들의 하얀 육체의
오 빛나는 누이여
헤엄치다 기진한 우리는 헐떡이며
다른 성운으로 네 물줄기를 따라갈 것이냐 135
표범처럼 아름다운
저 화냥년의 눈에 미련이 남네
사랑이여 그대의 피렌체식 입맞춤엔
우리의 운명을 뒷걸음치게 하는
쓰디쓴 맛이 들어 있더라 140
그녀의 시선은 전율하는 저녁에
별들의 긴 꼬리를 남기더라
그 동공에서는 세이레네스들이 헤엄치고
물어 뜯겨 피 흘리는 우리의 입맞춤은
우리의 수호선녀들을 눈물짓게 하더라 145
그러나 진정으론 그녀를 기다린다
가슴을 다 바쳐 마음을 다 바쳐
하오니 돌아오라의 다리 위로
언제라도 그녀가 돌아온다면
나는 기쁘다 그녀에게 말하리라 150
내 가슴과 내 머리가 비어 가는 자리에
하늘이 온통 무너져 내리네
오 나의 다나이데스의 물통이여
천진한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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