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어느 평화로운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던가
빛으로 환원되어 이전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던가 하는 여러 좋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나는 계속 죽고 나면 그걸로 모든 게 끝이고 아무런 생각도 연장도 사후세계도 없이 완연한 무가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혼란함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없는 반면
업무 도중에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확 떨어진 것도 아니고 누가 손으로 심장을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기분을 종종 느낄 때가 있는데 너무 동요하지 않기 위한 나의 방어 기제인가도 싶고,
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란 걸 내 심장이 대신 가지고 있는 건가도 싶다.
삶이 무엇인가 고민이 된다. 인생에 아무런 의미는 없다, 인생은 보상받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억울함과 마음아픔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마저도 무가 되어 사라졌지만 남은 사람들이 그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대신 계속 슬퍼해주는 걸까
또는
삶은 보상받지 않아도 상관 없고, 원래 모든 건 불합리한 법이라, 엔트로피나 평균에 따르면
이런 삶도 그저 무수한 삶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대로 끝내면 좋은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해 슬픈가? 대화할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끌어안을 수 없다
뺨에 입을 맞출수도 함께 손을 잡지도 식사를 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일까?
생전에 잘하라는 말을 모두가 하는데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점에 와서야
할머니가 선망이 와 하는 통화를 늘 무시하고
얼굴이 보고 싶다는 데 한 번 보러가지 않았던 게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도 드리면 좋아하겠다는 말을 했으면서
정작 아빠를 데리고 할머니와 식사하러 가지 않았던 게 미안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내릴 단어
그 사람의 인생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증명 같은 걸
내내 찾았는데
그런 걸 하지 않아도 살아내기만 하여도
인생은 잘 끝이 난다
무엇이 옳을까
세상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말을 하며 어떠한 명료한 정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대화 속에서 내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이유 없이 헤매고
누군가와 합일되어 이런 공허를 채울 수 있다면
이런 게 고작 타인에게 안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위로되는 거라면